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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뉴럴라이저

천국 . treasured

by soEnae 2013. 11. 5.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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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2월 18일 일기장

나는 항상 영화 맨인블랙에서 기억을 지워주는 뉴럴라이저(Neuralizer)를 갖고싶었다

아픈 기억들, 생각만해도 얼굴이 뜨거워지는 기억들, 후회들,

다 지워버리고 싶었다 다른 사람 기억이 안된다면 내 머릿속 기억만이라도.

 

 

 

 

 

야곱은 하나님과 씨름을 한 뒤 다리를 절었으며,

그 이후로 이스라엘 사람들은 동물의 환도뼈 큰 힘줄도 먹지않는다고 한다 (창 32:31,32)

야곱은 절룩댈 때마다 그 때가 생각났을 것이다 (그 후로 평생 절었을 것이라는 추정 하에;;)

에서와 본인 사이에 가족을 앞세워 보내놓았던 그때의

스트레스와 긴장, 간절함, 혹은 죄책감도 함께 생각났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상한 환도뼈는 그로 하여금 늘 하나님을 기억하게 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의 절룩거림이라는 상처는 오히려 축복으로 그에게 남았을 것 같다

 

 

 

야곱의 환도뼈와 같이 뉴럴라이저의 반대역할을 하는 것들이 있다

그것들을 보거나 접할 때면 특정 기억이 되살아나거나

심지어 감정이 그 때로 돌아가게 되는.

(보통 음악들이 그런 역할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음악에 기억이 쉽게 또 깊게 담긴다.. 그래서 음악만드는 분들을 존경한다)

 

우리 아빠는 나의 죽을고비 앞에서 하나님께 서원을 하셨다

그래서 내가 아프거나 병약할 때, 혹은 유독 얇은 내 오른쪽 허벅지를 볼 때마다

 아빠는 그때를 기억하셨을 것이다

 

홍시를 볼 때마다 임종을 앞두신 할아버지께 전화드리지 않았던 어리석은 내가 생각난다

눈이 아플정도로 진한 노란색을 보면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던 아침이 생각난다

신촌 베스킨라빈스를 지날 때면 구직실패와 거절감의 쓴맛을 토해내던 내가 생각난다

생각만 해도 내 감정은 그때로 돌아가고

아프다

 

그렇지만 그 때에도 일하시던 하나님, 피투성이의 나를 안고계시던 하나님,

그 후로 변화되었던 삶 또한 생각난다

할아버지 장례가 다 끝난 후에야 한국에 온 나는 소중한 사람들 옆에 있는 것 자체가

또 사소한 몇초짜리 전화가 사랑이라는 것을 배웠다

그가 세상을 떠나고 나는 가슴이 뛰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흥분하기보다 기도하게 되었다

수많은 거절감을 통해 나는 더 깊은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했고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영화 속의 뉴럴라이저가 필요없다(외계인을 만나지 않는한;;)

오히려 반대로 특정 기억들을 떠올리게 해주는 것들에 때론 아프지만 감사하다

(이런것들을 굳이 이름한다면 언뉴럴라이저(unneuralizer.. 내 맘대로;;) 혹은 쉽게 리마인더(reminder) ㅋㅋ)

 그 기억들로 인해 나는 하나님을 더욱 깊이 만났고,

그런 하나님에 대한 추억이 내게 무엇보다도 값진 보물이기 때문이다

물론, 당연, 완전, 절대 아픈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게 뭐든 피해서 돌아서 가고 싶다

하지만 과거의 어쩔 수 없는 상처와 아픔들.. 그로 인해 오늘도 그때처럼 기도하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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